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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작해도 될까? #4 -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어제+1/프롤로그

by 어제+1 2020. 9.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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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이라 하면 부정적인 상황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조상 탓

책임의 소재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주식투자의 성패에도 마찬가지로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잘 될 때야 아무래도 좋다. 내가 내린 판단이 훌륭해서 주식이 잘 풀린다. 남의 말을 들어서 잘 됐다고 얘기해도 괜찮다.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떨어질 때는 어떤가? 남의 말을 괜히 들어서 허구한 날 떨어지기만 하는 주식을 들고 있다. 남 탓만 하자니 내심 부끄럽다. 그렇다고 내 탓을 하자니 속이 너무 쓰리다. 왜 일이 잘 안 될 때는 남 탓을 해야만 하는 걸까?

 

노블레스 오블리쥬, 위기가 닥쳤을 때 희생을 자처한 상류층의 이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지며 사람들이 원하는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 인간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책임져 주기를 바란다. 위기 그 자체로 인해 이미 충분히 힘든 나머지, 뒤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산을 증식하려고 시작한 주식이 오히려 자산을 갉아먹고 있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안 그래도 힘든데 혀 차는 소리까지 듣는다면 어떻겠는가? "쯧, 그러게 누가 하래?".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다. 

 

법칙은 없다.

주가가 더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는 없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수백수천억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평범한 개인투자자라면 당연히 상승 여력이 있는 주식을 사려고 한다. 어떤 주식이 오를지는 항상 모든 투자자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사람들의 이런 요구는 인터넷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주식투자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와 유튜브의 수많은 콘텐츠 중에 조회수가 높은 것들은 대체로 차트, 수급, 단타 등을 다루고 있다. 반면 기업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통한 주가 분석 콘텐츠는 인기가 없다. 설령 인기가 있더라도 사람들은 거기에서  밸류에이션의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보다는 '종목'을 얻어가길 바란다.

 

투자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직관적이고 쉬워서 빨리 선택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워 시간이 많이 필요한 방법은 소외받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피 같은 돈을 아무 데나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때 투자한다. 문제는 '충분한 설득력'이라는 게 어디에서 기인하느냐다.

 

주식의 세계에 통용되는 법칙은 없다.

뉴턴도 주식으로 쪽박을 찼다는 이야기는 주식판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들도 아는 유명한 일화다.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를 발견한 세기의 천재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주식시장에서는 규칙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인간의 탐욕과 광기, 공포라는 감정이 반영된 주식의 세계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측정하는 일은 다분히 개인의 주관에 의존한다. 주식투자 콘텐츠 그 어디에도 사고팔라고 명시하지 않는다.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있다는 말만 어딘가에 작게 적혀있을 뿐이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많은 손실을 본 후에야 비로소 이 작은 글씨가 얼마나 또렷하게 적혀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돈을 잃고도 하소연할 데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손절을 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을 말로 들어서 머리로 알 때와 몸으로 겪어서 가슴으로 느낄 때의 차이는 가히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하겠다. 실의에 빠졌을 때 나 스스로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도 외롭고 힘든 일이다. 주식판에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없다. 당신은 그 무게를 홀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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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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